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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이, 달리 보이기 시작해요.

살 때, 담글 때, 항아리를 들여다볼 때.

LIBRARY / 제2호2026.08

홈›무료 읽을거리›된장이, 달리 보이기 시작해요.

처음으로 된장을 담근 날, 저는 통에 눌러 담은 된장이 새하얗다는 것에 놀랐어요.

된장은 우리가 늘 보던 그 갈색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일본에서 자랐고,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어요. 그래서 된장은 제 손으로 담급니다.

이 작은 책자에서는 된장의 색과 시간을 따라가 보려고 해요. 색에 대한 것. 뒷면의 표시에 대한 것. 한 해, 두 해, 세 해를 지나며 달라지는 맛에 대한 것. 그리고 항아리 안에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것이에요.

무언가를 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에 된장을 손에 들었을 때 늘 보던 그 갈색이 조금 달리 보이도록.

01

색은 나중에 생겨나요

갓 담근 된장은 놀랄 만큼 하얘요.

콩과 누룩과 소금을 섞어서 통에 눌러 담은 바로 그때의 모습이에요. 우리가 매장에서 익숙하게 보던 「된장의 색」과는 꽤 멀어 보여요.

처음 담근 해에 저는 이것을 보고 조금 불안해졌어요. 정말로 그 색이 되는 걸까 하고요.

콩의 밝은 색이 아직 남아 있고, 누룩의 알갱이도 또렷하게 보여요. 맛도 향도 아직 어려요. 된장국을 끓이면 국물의 색은 옅고, 맛도 부드러워요.

하지만 여기에서부터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누룩이 만들어 낸 효소가 쌀의 전분을 당으로, 콩의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조금씩 풀어 가요. 그리고 그 당과 아미노산이 관여하는 반응이 겹쳐지면서, 하얗던 된장은 점점 색을 띠어 가요.

고기를 구웠을 때 나는 색이나, 갈색이 될 때까지 볶은 양파와 같은 종류의 변화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된장의 색은 처음부터 재료 안에 있던 색이 아니에요.

시간 속에서, 나중에 생겨난 색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바라보면, 된장의 색은 「원래 그런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일어난 결과」로 보이기 시작해요.

이 장에서 기억해 두고 싶은 것은 그것 하나면 충분해요.

색은, 생겨나는 것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그 색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믿을 만한 기준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02

색이 곧 시간은 아니에요

된장의 색은 시간 속에서 생겨나요. 앞 장에서 그렇게 썼어요.

그래서 저도 오랫동안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색이 짙은 된장은 오래 숙성한 된장일 거라고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된장의 색을 나아가게 하는 것은 시간만이 아니에요. 온도로도 나아갑니다.

어느 연구에 이런 비교가 있어요. 비슷한 밝기가 될 때까지 숙성시켰더니, 20도에서는 120일이 걸렸어요. 35도에서는 20일이었어요.

여섯 배의 차이예요.

온도가 높을수록 색은 빠르게 나아가요. 특히 30도를 넘어서는 즈음부터 나아가는 정도가 커져요. 반대로 20도 아래로 내려가면 색의 변화는 아주 작아져요. 된장을 냉장고에 넣으면 색이 멈춘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색을 빨리 나아가게 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에요.

그래서 매장에서 색이 짙은 된장을 보아도, 그것이 몇 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어요.

색은 따라잡아요. 하지만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있어요

같은 연구에 적혀 있던 것이 하나 더 있어요.

숙성 온도가 높으면 향과 맛이 자라는 것보다 색이 먼저 빠르게 나아가 버린다고 해요. 그래서 향과 맛의 조화가 부족한 것이 되기 쉽다고요.

이것을 읽었을 때 저는 조금 놀랐어요.

색은 짙은데 맛은 얕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요.

게다가 밝기가 같더라도 숙성 온도가 다르면 색조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도 보고되어 있어요. 똑같이 「짙은 갈색」으로 보여도, 붉은 기가 도는 정도가 달라요.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같은 짙기로 보인다고 해서, 같은 시간을 걸어왔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된장이 숙성하는 동안 달라지는 것은 색만이 아니에요. 단백질이 풀리고, 산이 생겨나고, 향이 피어올라요. 색이 따라잡았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이 같은 자리에 와 있다고는 할 수 없어요.

색은 된장이 걸어온 시간을 짐작하게 해 주는 실마리예요.

하지만 시간 그 자체는 아닙니다.

저는 그 무렵부터 된장을 사지 않게 되었어요. 제 손으로 담그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된장 매장에는 지금도 들러요.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기 위해서예요. 뒤집어서 원재료 표시를 읽어요. 어떻게 만들어진 된장이 지금 매대에 놓여 있는지를요.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왜 된장이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조금만 생각해 보고 싶어요.

03

왜 그렇게 되어 있을까

처음으로 된장을 뒤집어 뒷면을 읽었을 때, 저는 분명하게 생각했어요.

이것은 내가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고요.

망설임은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직접 만들기로 했어요.

하지만 거기에서 끝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왜 이렇게 되어 있는지를 모르는 채로 「다르다」고 말하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찾아보았어요.

가스가 나온다는 문제

된장은 살아 있어요.

봉지에 담은 뒤에도 발효는 이어져요. 효모가 일을 하고, 탄산가스가 나와요. 그대로 두면 용기는 부풀어 올라요. 터지는 일도 있어요.

이것을 먼 곳까지 실어 나릅니다. 몇 달씩 매대에 둡니다. 홋카이도에서도 오키나와에서도 같은 맛으로 놓습니다. 누구나 손이 닿는 값으로 맞춥니다.

그러려면 이 「부풀어 오르는」 일을 어떻게든 해야 해요.

답은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발효를 멈추는 것이에요. 열을 가하거나, 주정(酒精)을 넣어요. 움직임이 멈추면 가스는 나오지 않아요. 매대 위에서 맛도 변하지 않아요.

또 하나는 가스를 내보내는 것이에요. 용기에 작은 밸브를 달아요. 가스는 밖으로 내보내고, 바깥의 공기는 들이지 않아요. 안의 된장은 발효를 이어 가는 채로 실려 가요.

같은 문제에, 정반대의 답입니다.

사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이것은 저에게 큰 발견이었어요.

된장의 뚜껑이나 봉지에 작고 동그란 것이 붙어 있을 때가 있어요. 아니면 작은 구멍이 나 있기도 해요. 주의 문구가 함께 적혀 있는 경우도 많아요.

그것이 가스를 빼는 밸브예요.

그러니까 그것이 붙어 있는 된장은 아직 발효하고 있는 된장이라는 뜻이 돼요. 움직이고 있으니까 내보낼 필요가 있는 거예요.

뒷면의 표시를 읽지 않아도, 멀리서 보고 알 수 있어요.

밸브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구멍만 나 있는 것도 있어요. 그것이 붙어 있지 않은 된장이 좋지 않다는 뜻도 아니에요. 다만 붙어 있는 것은 확실히 움직이고 있어요.

제가 매장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주게 된 곳이 바로 이 부분이에요.

밸브가 있든 없든, 그다음에 보는 것은 표시예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냈는지. 무엇이 더해져 있는지.

다음 장에서는 그것을 읽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04

뒷면의 표시를 읽어요

된장의 뒷면에는 많은 말이 줄지어 적혀 있어요.

처음에는 어디를 보면 좋을지 알 수 없었어요. 전부 같은 크기로 적혀 있어서, 어느 것이 중요한지 짐작이 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한 군데만 기억해 두면 되는 자리가 있어요.

빗금(/)을 찾아요

원재료명이 적힌 곳에 작은 「/」가 들어가 있을 때가 있어요.

콩, 쌀, 식염 / 주정, 캐러멜 색소

이 비스듬한 선에는 뜻이 있어요.

선의 앞이 원재료. 선의 뒤가 첨가물이에요.

이것을 알고 나서 저는 표시를 읽을 수 있게 되었어요. 전부를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먼저 선을 찾고, 그 뒤에 무엇이 줄지어 있는지를 봐요. 그것만으로도 그 된장이 어떤 것인지 윤곽이 보여요.

선 자체가 없는 된장도 있어요. 콩, 쌀, 식염. 그것뿐이에요.

그것이 기준이 됩니다.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서부터, 무엇이 더해져 있는지를 보는 거예요.

똑같이 「짙어도」 속은 달라요

알아 두면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 일이 하나 더 있어요.

된장이 갈색이 되는 현상에는 두 종류가 있어요.

하나는 숙성 속에서 나아가는 착색이에요. 당과 아미노산이 관여하는, 앞에서 말한 그 변화예요. 이것은 된장의 색을 만드는 데에 빠질 수 없어요.

또 하나는 산소가 관여해서 나아가는 변색이에요. 이쪽은 거무스름한 기가 늘고, 색조가 떨어져 가요. 품질이 떨어지는 일이 함께 따르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들이 되도록 피하고 싶어 하는 갈변이라고 해요.

똑같이 「짙은 갈색」이어도, 자라난 색이 있고 상한 색이 있어요.

집에서 담근 된장도 마찬가지예요. 공기에 닿는 면을 꼼꼼하게 눌러 두면 색이 탁해지는 정도가 달라져요.

알 수 없는 것도 있어요

솔직하게 적어 두고 싶은 것이 있어요.

표시를 읽어도 알 수 없는 것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캐러멜 색소가 그래요. 여기에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몇 가지 종류가 있지만, 표시는 「착색료(캐러멜)」 또는 「캐러멜 색소」라고만 적어도 되게 되어 있어서, 어느 것이 쓰였는지까지는 알 수 없어요.

숙성 온도도 적혀 있지 않아요.

그러니까 표시가 모든 것을 알려 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는 그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안 채로, 알 수 있는 것을 읽습니다.

전부를 알고 나서 고르려고 하면 언제까지나 고를 수 없어요. 읽을 수 있는 부분만 읽고, 나머지는 나의 감각에 맡겨요. 저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다음 장에서는 그 「감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한 해, 두 해, 세 해. 시간이 다른 된장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요.

05

한 해 · 두 해 · 세 해

여기까지는 표시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이 장부터는 맛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같은 재료로 담가도 시간이 다르면 전혀 다른 조미료가 됩니다. 저는 그것을 제 부엌에서 해마다 보고 있어요.

한 해 된 된장은, 사계절을 한 바퀴 돈 맛

겨울에 담가요. 봄에 천천히 눈을 뜨고, 여름의 더위 속에서 발효가 나아가고, 가을에 차분해져요.

한 해 된 된장의 「한 해」는 시곗바늘이 한 바퀴 돌았다는 뜻만은 아니에요. 사계절을 한 번 지나왔다는 뜻이에요.

하얗던 된장이 우리가 잘 아는 된장의 색이 돼요. 그래도 갓 담갔을 때의 밝음이 아직 조금 남아 있어요.

맛은 달고 둥글어요. 누룩의 단맛이 남아 있어서, 콩의 맛과 함께 두 가지를 다 느낄 수 있어요. 된장국을 끓이면 국물의 색도 부드럽게 나와요.

저는 이 맛을 가장 좋아해요. 특히 여름에는 한 해 된 된장으로 된장국을 끓이는 일이 많아요.

두 해 된 된장은, 입에 남는 시간이 길어져요

두 해째가 되면 색이 훌쩍 깊어져요. 밝은 갈색에서 팥색에 가까운 색으로요. 누룩의 모습도 된장 안에 어우러져서, 입에 닿는 느낌이 매끄러워져요.

맛은 진해져요. 하지만 한 해 된 된장을 그저 진하게 만든 것은 아니에요.

강해진다기보다, 입 안에 남는 시간이 길어져요.

이것은 저만의 감각은 아닌 것 같아요. 된장의 「깊은 맛(コク)」은 짠맛이나 감칠맛이 진하다는 것이 아니라, 맛의 두께, 퍼짐, 지속성, 부드러움 —— 그런 것들이 겹쳐진 감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오래 숙성한 된장에서는 숙성 속에서 생겨나는 마이야르 펩타이드라는 성분이 이 두께와 지속성에 관여하고 있다고 보고되어 있어요. 숙성 11개월을 지난 즈음부터 입에 퍼지는 느낌과 여운이 강해지고, 20개월 된 된장에서는 갈색으로 변한 펩타이드가 확인되었다고 해요.

숫자로 보면 신기한 마음이 들어요. 제가 「왠지 오래 남네」 하고 느끼고 있던 것에 이름이 붙어 있었으니까요.

세 해 된 된장은, 조금만으로 맛이 잡혀요

세 해째의 된장은 갓 담갔을 때의 하얀 모습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짙어져요. 누룩의 알갱이는 거의 보이지 않게 되고, 콩도 누룩도 하나의 된장으로 어우러져 있어요.

향도 맛도 진해서, 조금만 넣어도 요리의 윤곽이 잡혀요.

저는 겨울에 자주 써요. 추운 날의 된장국, 뿌리채소 조림, 된장에 묻어 두는 절임, 구운 주먹밥.

다만 요리는 대체로 갈색이 돼요. 사진이 잘 받는 것보다 맛이 잘 받는 쪽이에요. 저는 그것도 세 해 된 된장다운 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된장국 바깥으로

된장은 된장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저는 여러 가지 요리에 넣어요. 드레싱에 조금. 조림에 숨은 맛으로. 미트 소스, 카레, 스튜. 일본 음식이 아닌 요리에 넣었을 때 오히려 놀라는 분이 많아요.

이유는 아마 감칠맛의 층이 두껍기 때문일 거예요.

된장 안에는 콩의 단백질이 풀려서 생긴 아미노산과, 숙성 속에서 생겨난 펩타이드가 겹쳐져 있어요. 그것이 요리 전체의 맛을 아래에서 받쳐 줘요.

요리를 하다가 「뭔가 부족한데」 하고 느낄 때가 있어요. 소금을 더해도 맛이 하나로 모이지 않아요. 그럴 때 작은술 하나만큼이라도 된장을 넣으면 갑자기 맛이 또렷하게 잡히는 일이 자주 있어요.

더하는 것은 짠맛이 아니에요. 깊이입니다.

색이 깊은 된장일수록 이 작용은 강해요. 다만 색도 함께 따라오기 때문에, 그 부분은 요리와 의논해요. 가볍게 마무리하고 싶은 요리라면 한 해 된 된장을 조금. 단단하게 맛을 모으고 싶다면 두 해나 세 해 된 것을 조금.

「숨은 맛」이라는 말이 있지만, 숨긴다기보다 아래에 깔아 둔다는 느낌에 가까워요.

섞어도 괜찮아요

그리고 하나로 정하지 않아도 돼요.

저는 두 해 된 된장을 그대로 쓸 때도 있고, 한 해 된 된장과 섞을 때도 있어요. 섞으면 단맛과 향과 색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없던 맛이 생겨나요.

어려운 비율은 필요 없어요. 늘 끓이던 된장국에 색이 깊은 된장을 조금만 더해요. 맛을 보고, 조금 더 있으면 좋겠다 싶으면 더해요.

레시피대로가 아니라, 내 혀로 「여기」를 찾아가요.

숙성한 햇수는 우열이 아니에요. 세 해 된 된장이 가장 훌륭한 것도 아니에요. 저마다의 시간에, 저마다의 맛이 있습니다.

오늘은 밝은 맛과 깊은 맛 가운데 어느 쪽을 먹고 싶은지.

된장을 고르는 일은 나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음 장에서는 그 맛을 만들고 있던 이들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제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일꾼들의 이야기예요.

06

항아리 안은 계속 움직이고 있어요

콩을 삶고, 으깨고, 누룩과 소금을 섞어요.

거기까지가 제가 하는 일이에요.

그 뒤에 된장을 키운 것은 제가 아니었어요.

일은 차례로 넘겨져요

된장은 하나의 균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누룩곰팡이, 유산균, 효모. 이 셋이 모두 동시에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먼저 누룩곰팡이가 전분과 단백질을 풀어 주는 효소를 많이 만들어요. 그 효소가 쌀의 전분을 당으로, 콩의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바꾸어 가요. 거기에서 생겨난 당을 이번에는 유산균과 효모가 써서, 신맛과 향을 겹쳐 가요.

일을 차례로 넘겨주면서 된장이 자라 갑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다음이에요.

누룩의 알갱이는 시간이 지나면 보이지 않게 돼요. 하지만 누룩곰팡이가 만든 효소는 도구처럼 된장 안에 남아서, 원료를 계속 풀어 가요.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어도, 남겨 둔 일은 이어지고 있어요.

소금은, 누구에게 일을 맡길지를 정하고 있어요

소금에도 맛을 내는 것 말고 다른 역할이 있어요.

소금이 많은 된장 안에서는 어떤 미생물이든 자유롭게 늘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소금이 바람직하지 않은 균이 늘어나는 것을 눌러 주고, 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유산균과 효모가 된장을 키워 가요.

그러니까 소금은 발효를 멈추기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항아리 안에, 누가 일할 수 있는지라는 환경을 만들고 있어요.

소금이 채용 담당자라면 꽤 엄격한 편이에요. 하지만 그 심사를 통과한 작은 일꾼들이 된장에 향과 맛을 겹쳐 가요.

공기는, 너무 많이 들이지 않는 편이 좋아요

된장의 색이 짙어지는 일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앞 장에서 썼어요. 숙성 속에서 나아가는 착색과, 산소가 관여하는 변색이에요.

이것은 집에 있는 항아리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어요.

도중에 전체를 위아래로 섞어 주는 「덴치가에시(天地返し)」를 하면 발효는 나아가기 쉬워져요. 하지만 동시에 공기도 들어가기 때문에, 색조가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해요.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하는 이야기예요. 저는 거의 하지 않아요.

항아리를 타고 내려오는 방울은, 또 하나의 조미료

유리 항아리에 담그면 이 변화가 잘 보여요.

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담근 하얀 된장이, 다음 여름에는 조금씩 갈색으로 변해 가요.

그러다가 된장 사이에서 색이 짙은 액체가 배어 나와, 항아리 안쪽을 타고 천천히 내려오는 일이 있어요.

이것이 「다마리(たまり)」예요.

물이 나와서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요. 된장에서 갈라져 나온, 감칠맛을 머금은 액체예요.

나오는 양은 그해에 따라 달라요. 여름에는 부글부글 넘쳐 나올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일하고 있구나, 기운이 좋구나, 하고 생각해요.

생김새도 여러 가지예요. 캐러멜처럼 걸쭉하고 진할 때도 있고, 묽은 간장처럼 맑을 때도 있어요.

그리고 저는, 조심스럽게 말해도 정말 훌륭한 맛이라고 생각해요.

진한데 모난 데가 없어요. 감칠맛의 바닥에 단맛이 있어서, 혀 위에 천천히 퍼져 가요.

어딘가에 뿌리지 않아도 좋아요. 그것 하나만으로 맛보고 싶어져요.

한 방울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맛봐요. 몇 번을 먹어도 그때마다 감동해요.

항아리를 타고 내려오는 짙은 방울은, 된장이 밖으로 흘려 준 또 하나의 조미료입니다.

어제와 똑같아 보이는 된장도, 어제와 완전히 같지는 않아요.

조용한 항아리 안에서 변화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를 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한 해가 아니에요.

다음 장에서 그 이야기를 할게요.

07

한 해 가운데, 며칠

여기까지 된장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해 왔어요.

한 해, 두 해, 세 해. 사계절을 한 바퀴 도는 것. 항아리 안에서 이어지고 있는 변화.

긴 시간에 대한 이야기뿐이었으니, 이렇게 생각하셨을지도 몰라요.

힘들겠다, 하고요.

손을 움직이는 것은 며칠

된장을 담그는 것은 한 해에 한 번이에요.

전날 밤에 콩을 물에 담가 둬요. 다음 날 그것을 삶고, 으깨고, 누룩과 소금을 섞어서 통에 눌러 담아요. 앞뒤를 다 넣어도 며칠이에요.

그리고 그 일이 끝나면, 그다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봄이 오고, 여름을 넘기고, 가을이 돼요. 그동안 된장은 저 혼자 자라고 있어요.

제가 한 일은 고르고, 섞고, 기다리는 것뿐이었어요.

그리고 해마다 수월해져요

첫해에는 분명히 시간이 걸렸어요.

하지만 두 해째에는 조금 빨라졌어요. 세 해째에는 더 빨라졌어요. 손이 익혀 가요. 일의 순서를 알게 돼요. 어디에서 힘을 빼도 되는지가 보이기 시작해요.

해를 거듭할수록 경험이 깊어지고, 수월해져 갑니다.

생활 쪽이, 가벼워졌어요

그리고 알아차린 것이 있어요.

한 해 내내 된장을 사러 슈퍼에 가지 않게 되었어요.

떨어지는 일이 없어요. 「슬슬 다 떨어져 가네」 하고 생각하는 일도 없어요. 부엌에는 늘 된장이 있어요.

무슨 일이 생겼을 때의 대비도 돼요. 오래 둘 수 있는 것이라서 든든해요.

절약도 되었어요. 담글 때에는 재료를 한꺼번에 많이 사지만, 한 해 치라고 생각하면 계속 사 먹는 것보다 값이 덜 들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이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를 저는 전부 알고 있어요.

어디에서 자란 콩인지. 어떤 쌀로 만든 누룩인지. 어느 바다의 소금인지. 그것을 고른 것은 저 자신이에요.

가족의 손이 닿고, 계절을 함께 보낸 된장이 부엌에 있어요.

손이 가는 일은 늘었을 텐데, 생활은 전보다 편해졌어요.

신기하지만, 정말 그래요.

오늘은, 어느 시간을 먹을까

된장을 고를 때 제가 보고 있는 것은 값도 색도 아니에요.

오늘의 내가 밝은 맛을 먹고 싶은지, 깊은 맛을 먹고 싶은지. 그것을 나에게 물어보고 있어요.

처음부터 완벽한 재료를 갖추지 않아도 괜찮아요. 누군가의 정답을 그대로 나의 정답으로 삼지 않아도 괜찮아요.

먼저 바라봐요. 맛을 봐요.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담가 봐요.

된장국 한 그릇 안에는 콩과 누룩과 소금만이 아니라, 그 된장이 지나온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오늘은, 어느 시간을 먹을까요.

QUICK VIEW / 한눈에 보기

된장을 보는 일곱 가지 시선

  • 색색은 숙성 속에서 생겨나는 것. 처음부터 재료에 있던 색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둬요.
  • 온도색은 시간뿐 아니라 온도로도 나아가요. 짙기는 숙성한 햇수의 증명이 되지 않아요.
  • 만드는 방식발효를 멈추거나, 가스를 내보내거나. 우리에게 닿게 하기 위한 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 둬요.
  • 표시빗금(/)의 앞과 뒤를 봐요. 적혀 있지 않은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하나의 발견이에요.
  • 시간한 해, 두 해, 세 해. 우열이 아니라, 오늘 어느 맛을 쓰고 싶은지로 골라요.
  • 미생물일은 차례로 넘겨져요. 소금은 누구에게 일을 맡길지를 정하고 있어요.
  • 빈도손을 움직이는 것은 한 해 가운데 며칠. 그다음은 기다려요.

된장의 시간 ── 0년에서 3년까지

색은 된장이 걸어온 시간을 짐작하게 해 주는 실마리입니다. 하지만 시간 그 자체는 아닙니다.

  • 갓 담근 것하얀 편 / 콩의 맛이 강하고, 어려요
  • 한 해밝은 갈색 / 달고 둥글어요. 누룩의 단맛 / 옅은 된장국, 무침, 여름
  • 두 해팥색 / 입에 남는 시간이 길어요 / 된장국, 볶음, 섞어 쓰기
  • 세 해짙은 갈색 / 진해요. 조금만으로 맛이 잡혀요 / 오래 끓이는 요리, 된장에 묻어 두는 절임, 뿌리채소, 겨울

뒷면의 표시를 읽어요 ── 다섯 군데

  • ① 빗금(/)을 찾아요콩, 쌀, 식염 / 주정, 캐러멜 색소 ── 선의 앞이 원재료, 뒤가 첨가물이에요.
  • ② 선의 뒤에 무엇이 있는지아무것도 없는 것도 있어요. 그것이 기준이 돼요.
  • ③ 숙성 기간의 기재적어야 할 의무는 없어요. 적혀 있으면 실마리가 돼요.
  • ④ 천연 양조(天然醸造)의 기재마찬가지로, 적혀 있으면 실마리가 돼요.
  • ⑤ 뚜껑이나 봉지의, 가스를 빼는 밸브뒷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붙어 있으면 아직 발효하고 있어요.
  • ── 표시로는 알 수 없는 것 ──캐러멜 색소의 종류 / 숙성 온도

출처

이번 호의 재료

本藤 智「味噌の着色と色調 ──「さえ」と「くすみ」について──」
日本醸造協会誌 第88巻 第1号 41-49(1993)信州味噌研究所

村田 容常「メイラード反応により形成される多様な色素」
日本醸造協会誌 第117巻 第2号 66-75(2022)東京農業大学

그 밖에, 된장의 깊은 맛(コク)과 마이야르 펩타이드에 관한 보고,
캐러멜 색소의 표시에 관한 공적 자료

확인되지 않은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맺으며

이 책자에 대하여

여기에 적은 것은 2026년의 제가 알고 있는 것입니다.

내년에는 다른 것을 적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달라져 왔습니다. 예전과는 다른 것을 고르게 된 일도 자주 있었습니다. 콩을 바꾼 해, 누룩을 바꾼 해, 소금을 바꾼 해. 그때마다 보이는 것이 조금씩 달라져 갔습니다.

저는 그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담글 때마다 알게 되는 것이 늘어납니다. 읽을 때마다 몰랐던 것이 나옵니다. 그렇게 달라져 갈 수 있는 편이 더 건강한 모습이라고 저는 느낍니다.

그러니 이것을 정답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당신이 고르는 것은 당신의 부엌과, 당신의 몸과, 당신의 계절에서 정해집니다. 제가 고르는 것과 달라도 전혀 괜찮습니다.

먼저 바라보고, 맛을 봅니다.

거기에서부터는 당신이 저보다 더 잘 알게 됩니다.

앞선 사람들이 엮어 온 지혜를 건네받아
당신의 생활 속에서 키우고
다시 누군가에게 건네 갑니다

TAKE IT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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