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E JOURNEY
여름 부엌에는 이유가 있어요.
소금·땅·불·향신·저장·발효에서 따라가는, 옛 지혜와 오늘의 생활
소금·땅·불·향신·저장·발효에서 따라가는, 옛 지혜와 오늘의 생활
소금, 땅, 불, 향신, 저장, 발효.
모두 오래전부터 부엌에 있던 것이에요.
하지만 그 이유를 물어 들어가 보면, 늘 끓이던 된장국도, 냉장고 안의 절임도 조금 달리 보이기 시작해요.
옛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것은 많은 정보가 아니었어요.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것. 향과 색을 잘 살펴보는 것. 맛을 보면서 손을 멈추는 것.
완성된 답이 아니라, 그날의 재료와 몸에 맞추어 간을 맞추어 가는 감각입니다.
저는 일본에서 자랐고,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어요.
그래서 된장은 제 손으로 담급니다.
이 작은 책자에서는 여름 부엌에 남아 있는 여섯 가지 지혜를 따라가 보려고 해요.
무언가를 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에 부엌에 섰을 때 늘 보던 풍경 속에서 새로운 것이 보이도록.
01
「알맞은 간」은 날마다 같지 않아요
일본어로 알맞은 간을 뜻하는 「안바이(塩梅)」라는 말의 “梅”는, 매실초의 매실이에요.
본디는 「엔바이(えんばい)」라고 읽었고, 소금과 매실초로 맛의 정도를 맞추는 일을 가리켰어요.
거기에 「안바이(あんばい・按排)」── 물건을 알맞게 늘어놓는다는 뜻의 다른 말이 겹쳐져요. 중세가 끝나 갈 무렵에 두 말이 섞여서 지금의 말이 되었다고 해요.
신기한 것은 「올바른 안바이」가 아니라 「좋은 안바이」라고 말한다는 점이에요.
재료가 머금은 물기, 그날의 더위, 흘린 땀의 양, 먹는 사람의 상태. 어느 것도 날마다 같지 않아요.
그래서 딱 알맞은 맛도 하나가 아닙니다.
소금을 고를 때에도 「천연 소금」이라는 큰 이름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 있어요.
어느 바다에서 왔는지.
바닷물을 어떻게 진하게 만들었는지.
햇볕과 바람으로 결정을 맺게 했는지.
가마에서 끓여 냈는지.
바닷물을 햇볕으로 결정시키는 땅도 있고, 비와 습기가 많은 일본처럼 바닷물을 진하게 만든 다음 가마에서 끓여 내는 방법이 자라난 땅도 있어요.
저는 어느 소금을 쓸지를 먼저 정하고 나서, 그 소금으로 담가요.
우메보시(매실장아찌). 된장국. 소금 주먹밥. 소금 누룩. 만들어 둔 소금 레몬.
봉지 뒷면의 「원재료명」「제조 방법」「원산지」에는 그 소금이 우리 식탁에 오기까지의 여정이 적혀 있어요.
02
된장의 맛은, 땅의 기억
단맛이 도는 된장, 짠맛이 또렷한 된장.
쌀 된장, 보리 된장, 콩 된장.
된장의 차이는 단순히 취향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에요.
그 땅에서 무엇이 자랐는지.
어떤 기후였는지.
얼마나 오래 두고 싶었는지.
날마다 어떤 요리에 써 왔는지.
쌀이 많은 땅에서는 쌀 누룩이, 보리가 가까이 있던 땅에서는 보리 누룩이 쓰여 왔어요. 콩을 중심으로 만드는 된장도 있어요.
똑같은 「된장」이어도 땅이 달라지면 재료도 향도 색도 달라져요.
된장 매장은 일본의 풍토가 작은 통에 담겨 줄지어 있는 곳일지도 몰라요.
저의 식탁에는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에서 기른 채소와, 제 손으로 담근 된장이 함께 올라와 있어요.
어느 한쪽을 고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03
같은 채소인데, 다른 얼굴이 돼요
날것의 토마토.
구운 토마토.
푹 끓인 토마토.
말린 토마토.
재료는 같은데 향도 단맛도, 입에 넣었을 때의 인상도 달라요.
「무엇을 먹을지」는 우리가 자주 생각해요.
하지만 「그 재료를 어떤 성격으로 만들어서 먹을지」까지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있는지도 몰라요.
불을 넣으면 물기가 빠지고, 향이 달라지고, 단맛과 감칠맛을 더 잘 느끼게 되는 것이 있어요. 날것이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싱그러움과 씹는 맛도 있어요.
어느 쪽이 위라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재료 안에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는 이야기예요.
여름에 불을 쓰는 방법도, 오래 푹 끓이거나 날것으로 먹거나 하는 두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뜨거운 물을 살짝 끼얹어요.
겉만 구워요.
짧게 쪄요.
불을 끄고, 남은 열에 맡겨요.
재료를 바꾸지 않아도, 불과 지내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식탁은 조금 가벼워져요.
동양의 생각에서는 오래 푹 끓이는 불은 몸을 조이는 쪽으로 작용한다고 여겨져 왔어요. 그래서 조이는 불은 겨울에 어울린다고 보아 왔어요.
※ 오랜 생활 속에서 길러져 온 관점이에요
다만 저는 미국에 오고 나서 숯불과 바비큐가 늘었어요.
구워서 조이는 불은, 음양으로 말하면 여름과는 반대 방향이에요.
그런데도 저는 자주 해요.
04
야쿠미(薬味)는 왜 「약(薬)」의 「맛(味)」일까요
차조기 잎, 생강, 양하, 파, 산초, 와사비, 유자.
일본에서 「야쿠미(薬味)」라고 부르는 이 향신 재료들은 요리 곁에 조금 곁들여져요. 하지만 그 조금이 한 입 전체의 인상을 바꿔요.
「야쿠미(薬味)」는 본디 약의 맛을 나타내는 말이었어요.
의사가 처방전에 「이것을 더할 것」이라고 적었는데, 그 더하는 것이 부엌에 있는 생강이었어요.
그것을 「가야쿠미(加薬味)」라고 불렀고, 줄여서 「야쿠미(薬味)」가 되었어요.
또 하나, 「가야쿠(加薬)」라는 말도 되었어요. 여러 재료를 넣어 짓는 밥 「가야쿠고항(かやくご飯)」의 「가야쿠」가 바로 이것이에요.
널리 퍼진 것은 에도 시대 무렵이에요.
재미있는 것은 쓰이는 향이 땅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에요.
생강을 자주 쓰는 땅.
산초가 음식 문화에 뿌리내린 땅.
유자 껍질을 맑은 국이나 전골에 곁들이는 땅.
야쿠미를 보면 그 땅에서 자라는 식물과, 함께 어울려 온 요리까지 보이기 시작해요.
우리 집 냉장고에는 야쿠미와 작은 반찬 한 가지가 늘 몇 개씩 들어 있어요. 그릇은 위에서 두 번째 칸이에요.
아이도 야쿠미를 좋아해서, 이것을 반찬 삼아 밥을 먹어요.
늘 하던 요리에서 무언가 아쉬울 때, 저는 소금이나 조미료를 늘리기 전에 향을 떠올려요.
그것만으로도 맛을 맞추는 방법에 다른 길이 생겨납니다.
05
절임을 보면, 그 땅의 겨울이 보여요
누카즈케(쌀겨절임), 시바즈케, 노자와나즈케, 슨키즈케, 이부리갓코.
모두 절임이지만, 재료도 방법도 같지 않아요.
교토 오하라의 시바즈케에는 가지와 붉은 차조기가 쓰여요.
나가노현 기소 지방의 슨키즈케는 소금을 쓰지 않고 만들어져 왔어요.
아키타의 이부리갓코는 무를 연기에 그을린 다음 쌀겨에 절여요.
왜 이렇게나 다를까요.
그곳에서 무엇을 거두었는지.
겨울의 추위는 어느 정도였는지.
비와 눈이 많아서 밖에서 말리기 어려웠는지.
봄까지 무엇을 남겨 두고 싶었는지.
저장하는 방법은 옛사람들이 그 땅의 기후에 내놓은 답입니다.
기소에는 「米は貸しても塩は貸すな」(쌀은 빌려주어도 소금은 빌려주지 말라)라는 말이 남아 있어요. 바다에서 먼 산골에서 소금은 귀한 것이었어요. 그래서 소금을 쓰지 않는 절임이 생겨났어요.
그리고 저장은 참고 견디는 기술이 아니었어요.
소금으로 주무르면 채소에서 물이 나와요. 그 물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절임 국물이 되고, 감칠맛이 돼요. 움직일 수 있는 물이 줄어들면 거기에서 일할 수 있는 미생물이 추려져 가요.
전부를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일해 주었으면 하는 것만 남기는 거예요.
오래 두는 것만 생각한다면 더 맛없는 방법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도 남은 것은 우메보시와, 쌀겨절임과, 말린 생선이었어요.
저는 여름에만큼은 만들어 둔 반찬을 이틀 안에 다 먹도록 하고 있어요.
망설여질 때는 다시 데우기보다 새로 만들어요.
아깝다고 생각하는 날도 있어요. 하지만 맛없는 것을 먹는 쪽이 아마 더 아까울 거예요.
06
발효는, 사람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어요
된장도, 쌀겨절임 바닥도, 사워도우도, 사람이 재료를 섞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아요.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일을 하면서 향과 신맛, 감칠맛을 키워 가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재료를 고르고, 머물 자리를 마련해 주고, 가끔 상태를 들여다보는 일이에요.
그다음은, 기다립니다.
더운 날은 변화가 빠르고, 추운 날은 천천히 가요. 똑같이 담가도 매번 완전히 같아지지는 않아요.
저는 몇 번이나, 망쳤다고 생각했어요.
냄새가 시큼해요. 겉에 하얀 막이 끼어 있어요. 분명히 여느 때와 달라요.
하지만 막을 걷어 내고 안쪽을 들여다보면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렇다기보다, 오히려 더 향긋해져 있을 때도 있어요.
옛사람들은 숫자만이 아니라 향, 색, 거품, 손에 닿는 느낌, 소리를 살피면서 변화를 받아들여 왔어요.
분량은 처음의 길잡이는 돼요.
하지만 발효를 키우는 것은 숫자를 지켰다는 안심이 아니라, 「어제와 무엇이 다를까」 하고 알아차리는 쪽입니다.
발효는 내 뜻대로 움직이는 기술이 아니라, 변화가 일어나는 자리를 마련해 두고 기다리는 지혜인지도 몰라요.
QUICK VIEW / 한눈에 보기
여름 부엌에 남아 있는 여섯 가지 시선
- 소금어느 것이 옳은지가 아니라, 어느 바다에서 와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봐요.
- 땅맛의 차이를 취향으로 끝내지 않고, 그 땅의 곡물, 기후, 저장, 요리와 이어져 있는 것을 봐요.
- 불재료를 고르는 것뿐 아니라, 불을 넣어 어떤 표정으로 만들고 싶은지를 봐요.
- 향신(야쿠미)조미료를 더하기 전에, 적은 양의 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려요.
- 저장절임과 저장 음식 너머로, 그 땅의 계절과 생활을 봐요.
- 발효모든 것을 움직이려 하지 않고, 자라는 자리를 마련해 두고 변화를 기다려요.
맺으며
옛 부엌에는 지금과 같은 온도계도, 편리한 가전도, 넉넉한 상품도 없었어요.
그 대신 사람들은 잘 보고 있었어요.
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제보다 거품이 늘었는지.
채소에 물기가 얼마나 있는지.
오늘은 우리 몸이 어떤 맛을 편안하다고 느끼는지.
옛 방법을 그대로 되살릴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그 안쪽에 있는 「보는 힘」은 오늘의 생활로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식탁에 작은 접시에 담긴 소금이 놓여 있었어요.
처음에는 상을 정갈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에도 시대 무렵에는 저마다 자기 맛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바뀌어 갔다고 해요.
거기에서 「手塩にかける(데시오니 가케루)」라는 말이 생겨났어요. 내 손으로 돌보고 키운다는 뜻으로요.
정답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을 늘려 갑니다.
보이는 것이 늘어나면, 고를 수 있는 길도 늘어나요.
다음에 소금이나 된장을 손에 들었을 때.
야쿠미를 곁들였을 때.
냉장고의 절임을 한 조각 먹었을 때.
그 너머에 있는 땅과 계절, 사람의 손을 조금만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늘 서던 부엌이 어제와는 조금 달리 보일지도 몰라요.
앞선 사람들이 엮어 온 지혜를 건네받아
당신의 생활 속에서 키우고
다시 누군가에게 건네 갑니다